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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저널

이로시주쿠 _ 야마부도

Pilot Custom 74 F닙과 이로시주쿠 야마부도로 창난지 A5 6공에 토머스 하디의 『테스』를 옮겨 쓰며, 가는 필기선과 넓은 발색에서 드러나는 자주색과 금빛 테를 기록했습니다.

이로시주쿠 야마부도로 필사한 토머스 하디의 『테스』와 발색
이로시주쿠 야마부도로 필사한 토머스 하디의 『테스』와 발색
이로시주쿠 야마부도의 자주색과 금빛 테 확대
이로시주쿠 야마부도의 자주색과 금빛 테 확대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이로시주쿠 야마부도 발색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이로시주쿠 야마부도 발색

오늘의 잉크저널은 파이롯트 이로시주쿠 야마부도로 채웠다. Pilot Custom 74 F닙에 잉크를 넣고, 창난지 A5 6공 한 장에 토머스 하디의 『테스』를 옮겨 썼다. 필사한 부분은 섬세한 여름 저녁의 공기와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사람의 손길이 오래 닿지 않은 정원을 지나가는 테스의 모습을 그린 대목이다. 고요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한 장면의 분위기가 잘 익은 포도빛을 떠올리게 하는 야마부도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F닙으로 쓴 문장은 차분한 적자색에 가깝다. 선명한 자주색 안에 붉은 기운이 은근히 섞여 있어, 멀리서 보면 짙은 와인색처럼 보이고 가까이에서는 획마다 조금씩 다른 보랏빛이 드러난다. 가는 한글 획에서도 색이 검게 가라앉지 않아 긴 문단을 읽기 편하고, 획이 겹치거나 펜이 잠시 머문 곳에는 작은 농담이 생겨 페이지가 단조롭게 보이지 않는다.

넓게 칠한 발색에서는 전혀 다른 표정이 나타난다. 잉크가 얇게 놓인 부분은 밝은 자주색과 마젠타색으로 보이지만, 여러 번 겹친 중심부는 훨씬 깊은 포도주색으로 내려앉는다. 특히 사진에서는 진하게 마른 가장자리와 잉크가 많이 고인 부분을 따라 올리브빛이 감도는 금색 테가 뚜렷하게 보인다. 종이를 보는 각도가 달라지면 자주색 면 위로 금빛이 넓게 떠오르기도 하고, 다시 어두운 적자색 속에 조용히 숨기도 한다.

같은 잉크가 가는 필기선에서는 부드럽고 고전적인 색으로, 넓은 발색에서는 강한 대비를 지닌 색으로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Custom 74 F닙으로 『테스』를 길게 옮겨 쓸 때는 차분한 분위기가 먼저 느껴지지만, 페이지 한쪽의 발색을 함께 보면 야마부도가 가진 높은 채도와 금빛 테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일상적인 필기와 잉크 자체의 개성이 한 장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에 옮겨 쓴 장면에는 뜨거운 낮이 지나간 뒤의 정원, 짙어진 꽃향기와 축축한 풀, 멀리서 흐르는 음악이 겹쳐 있다. 테스가 그 풍경 속을 천천히 지나가는 동안 평온함과 긴장이 동시에 쌓이는데, 붉은 자주색에서 어두운 포도빛으로 깊어지는 야마부도의 변화가 그 저녁의 온도와 잘 맞았다. 화려한 색이지만 문장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들뜨지 않고, 장면 속 감정을 조용히 붙잡아 주는 느낌이다.

창난지 A5 6공의 밝은 바탕에서는 필기선의 붉은 기운과 발색 가장자리의 금빛이 모두 분명하게 드러났다. 첫 번째 사진에는 필사한 한 페이지 전체와 발색을 함께 담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진에는 넓게 칠한 부분을 가까이 찍어 빛과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을 남겼다. 가는 글씨만 보았을 때와 넓은 면을 함께 보았을 때의 인상이 크게 달라, 두 모습을 나란히 기록해 두고 싶은 잉크였다.

Pilot Custom 74 F닙

잉크 파이롯트 이로시주쿠 야마부도 (Pilot Iroshizuku Yama-budo)

종이 창난지 A5 6공

토머스 하디 『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