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저널
콘클린 _ 브라이트 레드
Pilot Kakuno F닙과 콘클린 브라이트 레드로 창난지 A5 6공에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를 옮겨 쓰며, 가는 필기선과 넓은 발색에서 달라지는 붉은색을 기록했습니다.



오늘의 잉크저널은 콘클린 브라이트 레드로 채웠다. Pilot Kakuno F닙에 잉크를 넣고, 창난지 A5 6공 한 장에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를 옮겨 썼다. 필사한 부분은 헤스터 프린이 감옥을 나와 사람들의 시선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가슴에 수놓인 주홍색 A가 인물의 의복과 표정, 주변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유난히 선명해지는 대목이라 붉은 잉크와 직접 맞닿아 있다.
이름 그대로 넓은 발색에서는 밝고 또렷한 적색이 먼저 보인다. 잉크를 얇게 펼친 가장자리는 분홍빛이 섞인 선홍색으로 가벼워지고, 여러 번 겹쳐 칠하거나 잉크가 많이 고인 곳은 한층 짙은 진홍색으로 내려앉는다.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차이가 분명하지만, 다른 색의 테가 강하게 떠오르기보다는 붉은색 안에서 명도와 농도가 달라지는 모습이 중심이다.
Kakuno F닙으로 쓴 문장은 넓게 칠한 부분보다 차분하다. 작은 한글 획에서는 선명한 주홍색보다는 갈색 기운이 아주 조금 섞인 어두운 적색에 가깝고, 획이 겹치거나 펜이 잠시 머문 곳은 더욱 깊어진다. 덕분에 붉은 잉크임에도 긴 문단이 지나치게 들뜨지 않으며, 검정이나 짙은 남색과는 다른 긴장감을 페이지 전체에 남긴다.
같은 잉크가 넓은 면에서는 즉각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강한 빨강으로, 가는 필기선에서는 무게감 있는 주홍빛으로 보이는 점이 흥미롭다. 첫인상은 화려하지만 실제 문장을 길게 써보면 색이 한결 안정된다. 발색 면적과 잉크가 놓인 양에 따라 밝은 선홍색부터 어두운 진홍색까지 이어져, 한 가지 색 안에서도 충분한 변화가 보인다.
『주홍 글자』에서 붉은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타인의 판단과 수치, 그리고 헤스터가 스스로 견뎌 내는 시간을 함께 품은 색이다. 군중의 시선은 가슴의 글자에 집중되지만, 장면을 천천히 옮겨 쓰다 보면 그 표식보다 헤스터의 자세와 침착함이 더 오래 남는다. 브라이트 레드의 강렬한 색도 처음에는 글자 A처럼 눈을 끌지만, 문장이 쌓일수록 인물의 의지와 긴장을 드러내는 배경으로 차분히 자리 잡았다.
창난지 A5 6공의 밝은 바탕에서는 가는 필기선과 넓은 발색의 차이가 또렷하게 보였다. 첫 번째 사진에는 필사한 페이지 전체와 하단의 잉크 이름, 발색 띠를 함께 담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진은 페이지 왼쪽의 넓은 발색을 가까이 찍어, 잉크가 얇은 부분의 밝은 선홍색과 겹친 부분의 짙은 적색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의 상징색과 잉크 자체의 성격을 한 장 안에서 함께 살펴보기 좋은 조합이었다.
펜 Pilot Kakuno F닙
잉크 콘클린 브라이트 레드 (Conklin Bright Red)
종이 창난지 A5 6공
책 너새니얼 호손 『주홍 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