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기
한국어에서 까마귀라는 말은 까마귀속의 여러 종을 넓게 가리키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국립생물자원관의 국명 ‘까마귀’에 해당하는 Corvus corone를 다룬다. 한국에서는 큰부리까마귀와 함께 관찰되며, 부리가 상대적으로 가늘고 이마에서 부리로 이어지는 선이 완만하다.
까마귀는 사체를 치우는 청소동물이면서 곤충과 작은 척추동물을 잡고 씨앗을 퍼뜨리는 잡식동물이다. 한편 사람의 음식물 쓰레기를 쉽게 이용해 도시에 모이기도 하므로, 생태적 역할과 생활 불편을 함께 고려한 공존이 필요하다.
생김새와 구별
몸길이는 대체로 48~56cm이며 깃털과 부리, 다리가 모두 검다. 햇빛 아래에서는 머리와 등, 날개에 녹색이나 자주색 광택이 나타나고, 암수는 겉모습만으로 구별하기 어렵다.
큰부리까마귀보다 부리가 가늘고 덜 굽었으며 이마가 가파르게 솟지 않는다. 떼까마귀 성체와 달리 부리 밑부분의 피부가 드러나지 않고 깃털로 덮여 있다. 큰까마귀보다는 몸과 부리가 작고, 날 때 꼬리 끝이 깊은 쐐기 모양을 이루지 않는다.
분포와 서식지
종 전체는 서유럽과 동아시아에 나뉘어 분포하며, 동부 아종 Corvus corone orientalis는 이란 동부에서 중앙아시아와 중국 북부, 한국과 일본까지 산다. 한국에서는 연중 관찰되는 텃새로 평지와 산지, 섬을 두루 이용한다.
농경지와 초지, 숲 가장자리, 하천과 해안, 공원과 주거지처럼 탁 트인 먹이터와 높은 휴식 장소가 함께 있는 환경을 선호한다. 큰 나무와 송전탑, 건물에 둥지를 틀고 도로변과 갯벌, 쓰레기 처리장에서도 먹이를 찾는다.
먹이와 지능
곤충과 지렁이, 작은 포유류와 양서류, 물고기, 다른 새의 알과 새끼, 곡식과 열매, 사체와 음식물 찌꺼기까지 폭넓게 먹는다. 계절과 장소에 따라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먹이로 식단을 바꾸며, 단단한 먹이를 떨어뜨리거나 뒤집어 안쪽을 살피기도 한다.
새로운 먹이와 물체를 관찰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해결 방법을 익히며, 다른 개체의 행동도 학습 단서로 이용한다. 좋은 먹이터와 위험한 장소에 대한 기억은 반복적인 이동 경로와 경계 행동에 반영되고, 이러한 유연성이 도시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회생활과 소리
번식기에는 짝이 영역을 지키며 생활하지만, 번식기가 아닐 때는 먹이터와 잠자리에서 여러 마리가 모일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전에 태어난 자식이 부모의 영역에 남아 새끼에게 먹이를 나르는 협동 번식도 관찰된다.
거친 ‘까악’ 소리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상황에 따라 경계음과 연락음의 길이와 세기를 바꾼다. 소리뿐 아니라 몸을 숙이거나 깃털을 부풀리고 부리와 꼬리의 방향을 바꾸는 동작으로도 의사를 전달하며, 무리가 포식자를 함께 몰아내기도 한다.
번식과 성장
봄이 되면 암수가 나뭇가지로 큰 둥지를 만들고 안쪽에 가는 뿌리와 풀, 털을 깐다. 보통 3~5개의 푸른색 또는 녹색 바탕에 갈색 무늬가 있는 알을 낳으며, 암컷이 약 18~20일 동안 주로 품고 수컷이 먹이를 나른다.
새끼는 부화할 때 눈을 뜨지 못하고 깃털도 거의 없어 부모의 보살핌에 의존한다. 약 한 달 뒤 둥지를 떠나지만 한동안 가족을 따라다니며 먹이 찾기와 위험 회피를 배운다. 어린 새의 깃털은 성체보다 갈색 기운이 돌고 광택이 약하다.
생태와 공존
까마귀는 사체와 유기성 쓰레기를 먹어 물질 순환에 참여하고, 곤충과 설치류의 수를 조절하며 열매의 씨앗을 옮긴다. 반대로 다른 새의 둥지를 습격하기도 하고 자신도 수리부엉이와 참매 같은 대형 맹금류의 먹이가 된다.
세계적으로는 IUCN 적색목록 관심대상으로 평가되지만, 도심의 음식물 쓰레기와 노출된 폐기물은 개체가 한곳에 과도하게 모이게 할 수 있다. 먹이를 주지 말고 쓰레기와 사료를 밀폐하며, 번식 중인 둥지를 제거하거나 새끼를 데려가지 않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기본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