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기

은행나무는 넓은 부채꼴 잎을 지녔지만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씨가 열매 속에 싸이지 않는 겉씨식물이다. 잎맥은 밑에서 시작해 두 갈래로 반복해서 갈라지는 차상맥을 이루고, 가을이면 엽록소가 사라지며 나무 전체가 선명한 노란빛으로 물든다. 수그루와 암그루가 따로 자라는 암수딴그루 식물이다.

성숙한 암그루의 밑씨는 바람에 실려 온 꽃가루로 수정된 뒤 살구처럼 보이는 씨로 자란다. 바깥의 육질층이 떨어져 썩을 때 낙산 계열 물질 때문에 강한 냄새가 나지만, 안쪽의 단단한 껍질은 씨를 보호한다. 도시에서는 공해와 다져진 토양을 비교적 잘 견디지만 야생 집단의 보전 가치는 별개로 중요하다.

부채꼴 잎과 줄기

은행나무는 높이 20~35m까지 자라는 큰 나무로, 어린 나무의 수관은 좁고 원뿔형이지만 나이가 들면 굵은 가지가 옆으로 퍼져 넓어진다. 회갈색 나무껍질에는 세로로 깊은 골이 생기며, 긴 가지 사이에는 해마다 조금씩만 자라는 짧은 가지가 발달한다. 잎과 생식 구조는 이 짧은 가지 끝에 무리 지어 달리는 경우가 많다.

잎은 긴 잎자루 끝에서 부채처럼 펼쳐지고 가장자리가 가운데까지 얕게 갈라져 두 갈래로 보이기도 한다. 어린 긴 가지의 잎은 깊이 갈라지거나 가장자리가 물결치지만, 짧은 가지의 잎은 비교적 둥글고 온전하다. 평행해 보이는 가는 잎맥은 실제로 서로 만나 그물을 만들지 않고 끝까지 두 갈래로 반복 분기한다.

고향과 세계의 가로수

은행나무의 자연 분포는 중국 동부의 일부 지역으로 좁게 남아 있으며, 오래전부터 사찰과 마을 주변에 심어 온 까닭에 완전히 야생인 집단과 재배에서 벗어난 집단을 구분하기 어렵다. 햇빛이 충분하고 물이 잘 빠지는 온대 환경에서 크게 자라지만, 깊은 뿌리와 질긴 조직으로 계절적인 추위와 건조도 견딘다.

세계의 도로와 공원에서는 대기오염, 염분, 가지치기와 다져진 토양에 비교적 강한 성질 때문에 가로수로 널리 심는다. 그러나 줄기 주변을 포장하면 빗물과 공기가 뿌리에 닿기 어렵고, 좁은 공간에서 자란 뿌리가 도로 시설과 충돌할 수 있다. 오래된 나무가 가진 구멍과 거친 껍질은 곤충과 작은 동물의 미세서식지가 된다.

빛을 모으는 잎

봄에 짧은 가지의 눈이 열리면 연둣빛 잎이 여러 장 함께 펼쳐져 햇빛을 받는다. 넓고 얇은 잎몸은 광합성에 필요한 빛과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고, 잎자루는 바람에 따라 각도를 바꾸어 잎끼리 겹치는 면적을 줄인다. 뿌리가 흡수한 물과 무기양분은 목부를 따라 올라가 새 조직을 만드는 데 쓰인다.

낮이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잎자루 밑에 분리층이 만들어지고 잎 속 엽록소가 분해된다. 그동안 가려졌던 노란 색소가 드러나며, 한 나무의 잎이 짧은 기간에 거의 동시에 노랗게 변하고 떨어지는 모습이 나타난다. 낙엽 속 유기물과 무기양분은 토양생물의 분해를 거쳐 다시 주변 생태계의 순환으로 돌아간다.

꽃가루와 밑씨

은행나무에는 꽃잎을 가진 꽃이 피지 않는다. 봄에 수그루의 짧은 가지에는 작은 포자엽이 모인 원통형 꽃가루 구조가 달리고, 바람이 다량의 꽃가루를 실어 나른다. 암그루에는 긴 자루 끝에 보통 두 개의 밑씨가 생기며, 밑씨 끝에서 나오는 수분 방울이 공중의 꽃가루를 붙잡아 안쪽으로 끌어들인다.

꽃가루가 도착한 뒤에도 수정까지는 여러 달이 걸릴 수 있다. 꽃가루관 안에서 만들어진 정자는 많은 종자식물과 달리 여러 개의 섬모로 헤엄칠 수 있으며, 밑씨 내부에서 난세포에 이른다. 이 운동성 정자는 은행나무가 오래된 겉씨식물 계통의 생식 특징을 오늘날까지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독특한 사례다.

씨앗과 긴 생애

수정된 밑씨는 노란빛의 둥근 씨로 자라고 가을에 땅으로 떨어진다. 바깥 육질층은 과육처럼 보이지만 씨방에서 생긴 열매가 아니라 종피의 일부다. 이 층이 손상되면 피부를 자극할 수 있는 성분과 강한 냄새가 드러나고, 그 안쪽의 단단한 층과 얇은 막이 배와 영양조직을 둘러싼다.

적절한 온도와 수분을 만난 씨에서는 뿌리가 먼저 나오고 어린줄기가 위로 자란다. 은행나무는 성장이 느려 보여도 수백 년에서 드물게 수천 년을 살 수 있으며, 오래된 줄기에서는 아래로 늘어지는 유주라는 조직이 생기기도 한다. 개체의 장수와 별개로 새로운 세대가 이어지려면 암수 개체와 유전적 다양성이 함께 남아야 한다.

진화의 유산과 보전

은행나무는 도시에서 흔하지만 야생에서는 매우 제한된 집단만 확인되어 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종으로 평가된다. 재배된 나무가 많다는 사실은 자연 집단의 고유한 유전자와 숲 안에서 맺어 온 관계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야생 기원 집단의 위치와 유전적 차이를 조사하고 서식지를 함께 보전하는 일이 중요하다.

오래된 은행나무를 지킬 때는 줄기만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뿌리가 뻗는 토양과 빗물이 스며드는 공간, 주변 생물의 서식처를 함께 살펴야 한다. 떨어진 씨나 잎을 관찰할 때는 암그루 주변을 훼손하지 않고 육질층을 맨손으로 오래 만지지 않는 편이 좋다. 문화재 나무의 가지나 씨를 허가 없이 가져가서도 안 된다.